보다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생명 존중과 인간 존중의 삶, ‘라이피즘(Lif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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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 ‘라이피즘(Lifism)’ / 김누리교수]
'이슈픽 쌤과 함께' 김누리 교수와 함께 대한민국이 보다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생명 존중과 인간 존중의 삶, ‘라이피즘(Lifism)’을 제시한다.
KBS1 '이슈픽 쌤과 함께'에서 다양한 저술과 강연 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우리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안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민주주의 수준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에 속한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민주주의 선진국인 영국, 독일, 미국 등을 모두 제친 결과이다. 군사 독재의 어두운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난 대한민국.
하지만 제도적 민주주의의 성장과는 별개로 국민 개개인의 삶은 극심한 불안과 살벌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김누리 교수는 그 원인을 브레이크 없는 무한 시장경쟁체제의 잔혹함에서 찾는다.
◆고속 성장의 이면,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 ‘불평등’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한 대한민국.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끄럽고 뼈아픈 현실이 존재한다.
바로 날로 심각해지는 불평등의 문제이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불평등 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 상위 10%와 하위 50%의 부의 차이가 무려 52배에 이른다.
그는 우리나라의 불평등 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는 한 원인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를 꼽는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결과이자 책임으로 인식하는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과연 이 함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지 생각해본다.
◆정치와 교육의 대전환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조건으로 정치의 대전환을 제안한다. 민의를 대변하고 다양한 개인의 요구와 이해를 담아내야 할 국회. 하지만 우리 국회는 그 구성부터 불평등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성별과 직업 등에서 극심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개혁하고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환이 필요한가.
교육에서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를 휘감고 있는 무한 경쟁과 능력주의 속에서 극심한 입시경쟁과 서열화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 데 기여해야 할 교육은 그 역할을 상실한 채 오히려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오직 승자와 패자만을 남기는 지금의 교육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삶과 인식의 대전환, 라이피즘(Lifism)
지난 220년 동안 인류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풍요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성을 훼손시켰다.
그는 인류가 이룬 이 놀라운 물질문명의 토대 위에서 이제 새로운 삶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약육강식의 잔혹한 질서를 벗어난 생명 존중, 인간 존중의 삶, 바로 ‘라이피즘(Lifism)’으로의 전환이다.
(*출처:기사입력 : [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2022-01-02 19:10 / KBS 이슈픽 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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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피즘 - 포스트코로나 시대 신인류의 이념’
/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문과 교수
“자본주의는 소외로 인간의 삶을, 착취로 인간의 생존을 파괴하며, 생산을 통제하지 못해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파괴한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인간의 삶에 적대적 속성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12일 열린 제405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인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가 한 말이다. 김 교수는 ‘라이피즘-포스트코로나 시대 신인류의 이념’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새얼아침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7개월 만에 재개됐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체온 체크, QR코드 인증,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실시했다.
- “한국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 가졌으나, 충분히 평가받지 못해”
김 교수는 2016년 촛불혁명에 참가했던 일화로 강연을 시작했다. 4ㆍ19, 5ㆍ18, 6ㆍ10, 촛불에 이르기까지 한국처럼 연속적인 민주혁명 역사를 가진 나라가 없고, 이는 세계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촛불혁명에 모인 시민들은 한 자락 과거 기억을 끌고나간 것”이라며 “나에게 가장 큰 과거 기억은 5ㆍ18이고, 인생 속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기억이 그날 300만 명을 광화문에 모이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고,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군사쿠데타 역사를 이면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평가되기 전에 부정당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세기 한국처럼 위대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없으나, 우리 자신이 그것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홍콩 등에서 시위할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국어로 부른다.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져도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문재인 정부도 남북문제를 대할 때나 트럼프와 만날 때 무력감을 보이는 것 같아 때로 굴욕적으로 느껴지는데, 국가의 힘은 과거처럼 물리ㆍ군사ㆍ정치적으로 국한돼있지 않다”며 “한국은 아주 독특한 도덕적 권위가 있고,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권위가 타국에 모범사례임을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헤게모니(Hegemony, 패권)가 붕괴하고, 미국의 시대가 끝났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이 너무 빠르게 전체주의 사회로 가고 있고, 일본은 군국주의, 러시아는 마피아 민주주의라고 분석했다.
“촛불혁명이 있던 주에 한 독일 주간지는 ‘이제 유럽과 미국이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한다’고 했다. 미국 민주주의는 위기고, 유럽 전체는 극우주의 물결에 휩싸였다.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 프랑스에서 극우 세력인 마린 르펜이 대선 결선투표에 올랐다. 민주주의의 기원이 됐던 나라들의 민주주의는 이제 끝난 것 아닌가.”
실제로 현대 민주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2019년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세계적 도전에 직면한 민주주의’에 따르면, 얼마나 민주적인 국가인가 하는 평가에서 한국은 138개국 중 12위를 했다. 특히 인구 5000만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이른바 ‘30-50클럽’애 속하는 선진 7개국 중에서 한국은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평가됐다.
- 민주주의 발전과 달리 불평등 심화 “공정보다는 정의를 원칙으로 세워야”
김 교수는 한국사회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모범국가가 된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많은 불평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을 제외하고 수년째 자살률 1위, 노인빈곤률 50~52%, 압도적으로 높은 노인ㆍ청년 자살률, 산재사망률 21년째 1위 등은 정상적인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21년째 산재사망률이 1위라는 것은 너무나 치욕적인 기록”이라며 “영국은 2008년 ‘기업살인법’을 만들고 기업에 책임을 물어 산재사망률을 줄였으나, 현재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영국의 25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칼럼에서 한국은 ‘자본주의 2세기 동안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고 표현했다”며 “한국을 휩싸고 있는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은 경쟁을 전제하는 개념으로, 공정한 사회는 연대와 협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의’라며, 이 원칙을 사회가 쥐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은 불공정에 대해, 특권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쓰인다. 기득권이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특권에 공정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더하면 기득권을 대변하는 논리로 쓰인다. 공정한 경쟁이 벌어지는 진공 공간은 없다. 우리가 사는 현실, 이 불공정 속에서 시험만 공정하게 보면 공정한 것인가?”
또한, 김 교수는 한국의 올해 출생률이 0.8명이라는 예측을 들면서 한국사회가 과연 인간이 살 수 있는 사회인가에 물음을 던졌다. 그는 “실제로 출산하지 않겠다는 이들을 만났을 때, ‘이 지옥 속에 내 아이를 처넣을 자신이 없다’고 했다. 너무 가슴 아픈 얘기지만 지금 대체적인 현실”이라며 “한국의 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며, 고통스러운 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정말 위대한 민주주의, 세계 10위권의 잘 사는 나라를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부정적 지표를 다 갖춰 ‘헬’조선이라 불린다”며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민주사회를 만들고 나서도 한국사회는 바뀌지 않았다. 정권교체가 됐으나 오히려 지표는 나빠지고 있다. 이 부분을 풀어내야한다”고 말했다.
- 인간의 삶 파괴하는 자본주의 대안으로 ‘라이피즘’ 제안
김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그 시장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해오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의 시장주의가 한계를 보이고 있어 각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자본주의의 과잉생산, 공동체 와해, 자연 파괴 등 ‘안티라이프(Anti-Life)’ 속성에 맞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70년에 걸쳐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오고 있는데 이것이 옳은 것인가 성찰해야한다”며 “미국은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구매하라는 사회다. 코로나19는 이런 미국의 민낯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추종했던 방식을 각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기초가 됐던 건국헌장에는 정치 균등, 경제 균등, 교육 균등 등 ‘3균주의’가 있다. 이전부터 삶의 상당 부분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누려야할 권리로 본 것”이라며 “우리는 원래 미국식 시장주의보다 ‘기회의 평등’을 말하는 유럽식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본주의는 내재적으로 5% 내외의 실업을 예상하고 있는 체제로, 실업과 불평등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의 문제라며, 한국사회가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 형태는 아주 효율적이나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며 “실업은 자본주의라는 효율적 체제를 작동하기 위한 일종의 대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실업은 자살률 1위의 핵심 이유이다. 한국은 실업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 개인들이 버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곧 사회적 타살”이라며 “독일처럼 재취업ㆍ재교육 과정까지 국가가 떠맡는 등,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야수 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이른바 자유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를 너무 자유롭게 풀어놓아 너무 많은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새롭게 성찰해 조세 정책 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과잉생산, 공동체 와해, 자연파괴를 지적하며 코로나19 도 여기서 왔다고 했다. 이는 인류의 미래에 아주 비관적 전망을 가져와,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으로 ‘라이피즘’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상품이 인간을 지배하는 소외를 통해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실업과 불평등 등 착취를 통해 인간의 생존을 파괴하며, 생산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라이피즘은 인간 소외문제를 핵심적으로 제기한 ‘자율주의 운동’, 인간 착취를 문제제기한 ‘사회주의 운동’, 자본에 의한 자연파괴에 대응하는 ‘생태주의 운동’을 합친 개념”이라며 “라이피즘은 삶과 생존, 생명을 구해 미래를 살아갈 신인류가 반드시 가져야할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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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 ‘라이피즘(Lifism)’ / 김누리교수]
'이슈픽 쌤과 함께' 김누리 교수와 함께 대한민국이 보다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생명 존중과 인간 존중의 삶, ‘라이피즘(Lifism)’을 제시한다.
KBS1 '이슈픽 쌤과 함께'에서 다양한 저술과 강연 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우리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안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민주주의 수준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에 속한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민주주의 선진국인 영국, 독일, 미국 등을 모두 제친 결과이다. 군사 독재의 어두운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난 대한민국.
하지만 제도적 민주주의의 성장과는 별개로 국민 개개인의 삶은 극심한 불안과 살벌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김누리 교수는 그 원인을 브레이크 없는 무한 시장경쟁체제의 잔혹함에서 찾는다.
◆고속 성장의 이면,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 ‘불평등’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한 대한민국.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끄럽고 뼈아픈 현실이 존재한다.
바로 날로 심각해지는 불평등의 문제이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불평등 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 상위 10%와 하위 50%의 부의 차이가 무려 52배에 이른다.
그는 우리나라의 불평등 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는 한 원인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를 꼽는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결과이자 책임으로 인식하는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과연 이 함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지 생각해본다.
◆정치와 교육의 대전환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조건으로 정치의 대전환을 제안한다. 민의를 대변하고 다양한 개인의 요구와 이해를 담아내야 할 국회. 하지만 우리 국회는 그 구성부터 불평등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성별과 직업 등에서 극심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개혁하고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환이 필요한가.
교육에서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를 휘감고 있는 무한 경쟁과 능력주의 속에서 극심한 입시경쟁과 서열화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 데 기여해야 할 교육은 그 역할을 상실한 채 오히려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오직 승자와 패자만을 남기는 지금의 교육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삶과 인식의 대전환, 라이피즘(Lifism)
지난 220년 동안 인류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풍요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성을 훼손시켰다.
그는 인류가 이룬 이 놀라운 물질문명의 토대 위에서 이제 새로운 삶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약육강식의 잔혹한 질서를 벗어난 생명 존중, 인간 존중의 삶, 바로 ‘라이피즘(Lifism)’으로의 전환이다.
(*출처:기사입력 : [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2022-01-02 19:10 / KBS 이슈픽 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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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피즘 - 포스트코로나 시대 신인류의 이념’
/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문과 교수
“자본주의는 소외로 인간의 삶을, 착취로 인간의 생존을 파괴하며, 생산을 통제하지 못해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파괴한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인간의 삶에 적대적 속성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12일 열린 제405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인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가 한 말이다. 김 교수는 ‘라이피즘-포스트코로나 시대 신인류의 이념’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새얼아침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7개월 만에 재개됐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체온 체크, QR코드 인증,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실시했다.
- “한국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 가졌으나, 충분히 평가받지 못해”
김 교수는 2016년 촛불혁명에 참가했던 일화로 강연을 시작했다. 4ㆍ19, 5ㆍ18, 6ㆍ10, 촛불에 이르기까지 한국처럼 연속적인 민주혁명 역사를 가진 나라가 없고, 이는 세계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촛불혁명에 모인 시민들은 한 자락 과거 기억을 끌고나간 것”이라며 “나에게 가장 큰 과거 기억은 5ㆍ18이고, 인생 속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기억이 그날 300만 명을 광화문에 모이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고,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군사쿠데타 역사를 이면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평가되기 전에 부정당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세기 한국처럼 위대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없으나, 우리 자신이 그것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홍콩 등에서 시위할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국어로 부른다.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져도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문재인 정부도 남북문제를 대할 때나 트럼프와 만날 때 무력감을 보이는 것 같아 때로 굴욕적으로 느껴지는데, 국가의 힘은 과거처럼 물리ㆍ군사ㆍ정치적으로 국한돼있지 않다”며 “한국은 아주 독특한 도덕적 권위가 있고,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권위가 타국에 모범사례임을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헤게모니(Hegemony, 패권)가 붕괴하고, 미국의 시대가 끝났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이 너무 빠르게 전체주의 사회로 가고 있고, 일본은 군국주의, 러시아는 마피아 민주주의라고 분석했다.
“촛불혁명이 있던 주에 한 독일 주간지는 ‘이제 유럽과 미국이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한다’고 했다. 미국 민주주의는 위기고, 유럽 전체는 극우주의 물결에 휩싸였다.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 프랑스에서 극우 세력인 마린 르펜이 대선 결선투표에 올랐다. 민주주의의 기원이 됐던 나라들의 민주주의는 이제 끝난 것 아닌가.”
실제로 현대 민주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2019년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세계적 도전에 직면한 민주주의’에 따르면, 얼마나 민주적인 국가인가 하는 평가에서 한국은 138개국 중 12위를 했다. 특히 인구 5000만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이른바 ‘30-50클럽’애 속하는 선진 7개국 중에서 한국은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평가됐다.
- 민주주의 발전과 달리 불평등 심화 “공정보다는 정의를 원칙으로 세워야”
김 교수는 한국사회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모범국가가 된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많은 불평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을 제외하고 수년째 자살률 1위, 노인빈곤률 50~52%, 압도적으로 높은 노인ㆍ청년 자살률, 산재사망률 21년째 1위 등은 정상적인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21년째 산재사망률이 1위라는 것은 너무나 치욕적인 기록”이라며 “영국은 2008년 ‘기업살인법’을 만들고 기업에 책임을 물어 산재사망률을 줄였으나, 현재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영국의 25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칼럼에서 한국은 ‘자본주의 2세기 동안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고 표현했다”며 “한국을 휩싸고 있는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은 경쟁을 전제하는 개념으로, 공정한 사회는 연대와 협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의’라며, 이 원칙을 사회가 쥐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은 불공정에 대해, 특권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쓰인다. 기득권이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특권에 공정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더하면 기득권을 대변하는 논리로 쓰인다. 공정한 경쟁이 벌어지는 진공 공간은 없다. 우리가 사는 현실, 이 불공정 속에서 시험만 공정하게 보면 공정한 것인가?”
또한, 김 교수는 한국의 올해 출생률이 0.8명이라는 예측을 들면서 한국사회가 과연 인간이 살 수 있는 사회인가에 물음을 던졌다. 그는 “실제로 출산하지 않겠다는 이들을 만났을 때, ‘이 지옥 속에 내 아이를 처넣을 자신이 없다’고 했다. 너무 가슴 아픈 얘기지만 지금 대체적인 현실”이라며 “한국의 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며, 고통스러운 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정말 위대한 민주주의, 세계 10위권의 잘 사는 나라를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부정적 지표를 다 갖춰 ‘헬’조선이라 불린다”며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민주사회를 만들고 나서도 한국사회는 바뀌지 않았다. 정권교체가 됐으나 오히려 지표는 나빠지고 있다. 이 부분을 풀어내야한다”고 말했다.
- 인간의 삶 파괴하는 자본주의 대안으로 ‘라이피즘’ 제안
김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그 시장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해오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의 시장주의가 한계를 보이고 있어 각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자본주의의 과잉생산, 공동체 와해, 자연 파괴 등 ‘안티라이프(Anti-Life)’ 속성에 맞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70년에 걸쳐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오고 있는데 이것이 옳은 것인가 성찰해야한다”며 “미국은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구매하라는 사회다. 코로나19는 이런 미국의 민낯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추종했던 방식을 각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기초가 됐던 건국헌장에는 정치 균등, 경제 균등, 교육 균등 등 ‘3균주의’가 있다. 이전부터 삶의 상당 부분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누려야할 권리로 본 것”이라며 “우리는 원래 미국식 시장주의보다 ‘기회의 평등’을 말하는 유럽식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본주의는 내재적으로 5% 내외의 실업을 예상하고 있는 체제로, 실업과 불평등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의 문제라며, 한국사회가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 형태는 아주 효율적이나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며 “실업은 자본주의라는 효율적 체제를 작동하기 위한 일종의 대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실업은 자살률 1위의 핵심 이유이다. 한국은 실업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 개인들이 버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곧 사회적 타살”이라며 “독일처럼 재취업ㆍ재교육 과정까지 국가가 떠맡는 등,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야수 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이른바 자유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를 너무 자유롭게 풀어놓아 너무 많은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새롭게 성찰해 조세 정책 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과잉생산, 공동체 와해, 자연파괴를 지적하며 코로나19 도 여기서 왔다고 했다. 이는 인류의 미래에 아주 비관적 전망을 가져와,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으로 ‘라이피즘’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상품이 인간을 지배하는 소외를 통해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실업과 불평등 등 착취를 통해 인간의 생존을 파괴하며, 생산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라이피즘은 인간 소외문제를 핵심적으로 제기한 ‘자율주의 운동’, 인간 착취를 문제제기한 ‘사회주의 운동’, 자본에 의한 자연파괴에 대응하는 ‘생태주의 운동’을 합친 개념”이라며 “라이피즘은 삶과 생존, 생명을 구해 미래를 살아갈 신인류가 반드시 가져야할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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