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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의혹 폭로 이수진 판사 국회 출마

nazunzaro 2020. 1. 6. 22:57

양승태 의혹 폭로 이수진 판사 "지역구서 심판 받겠다"

 

"판사도 정치적 동물, 靑직행한 김형연(현 법제처장 전 법무비서관) 과 달라"

 

"순수성 오해받아도, 사법개혁이 더 중요"

 

"조국은 판결문 봐야, 최재성이 집요히 요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강제징용 재판 지연 의혹을 폭로했던 이수진(52·연수원 31기) 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회가 된다면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에 나가 국민의 심판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2016~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민사심층연구조에서 연구관으로 일할 당시 강제징용 사건 판결이 지연된 의혹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누가 이수진을 영입했나

 

지난해 12월 31일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한 이 부장판사는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집요한 영입 요청을 받았다"며 "법원에서 오랫동안 노력해 온 사법개혁 과제를 국회 입법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인재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 이 부장판사가 직접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장판사는 현직 판사의 정치권 직행이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한다는 지적엔 "판사도 다른 시민과 똑같은 정치적 동물"이라며 "법원 사직 뒤 청와대로 직행했던 김형연 현 법제처장(전 법무비서관), 김영식 법무비서관과는 완전히 다른 경우"라 강조했다. 지역구로 나가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진판사는 사법연수원 31기인 이 판사는 인천지법·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조국 사태엔 "판결문 보고 말할 것"

 

이 부장판사는 이번 출마로 양승태 대법원 의혹 폭로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것이란 지적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오해가 두려워 사법개혁을 저버릴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해선 "사실 관계와 판결문을 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재판 내용도 보지않고 섣불리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수진 부장판사와의 일문일답​

 

Q : 민주당 소속 총선출마, 이제 결심했나

 

A :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했다. 현재 사표 수리 절차만 앞두고 있다.​

 

Q : 비례대표 제의를 받은 건가

 

A : 비례대표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회에 간다면 지역구로 출마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 전주가 고향이지만 전주에 나가진 않을 것이다.

 

Q : 왜 국회의원인가

 

A : 법원에서 오랜 기간 사법개혁을 위해 일해왔다. 하지만 법원에서 외쳐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더라. 형사와 민사재판 등에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산더미다. 그래서 국회에 가려한다.​

 

Q : 어떤 개혁을 하겠다는 건가

 

A : 법관 승진제도 폐지, 법원 1심의 강화, 국제상사 법원 등 전문법원 도입, 법원 내 AI도입 등 민사와 형사 재판에서 개혁해야 할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

 

Q : 법관의 총선 출마는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

 

A : 판사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동물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판사를 임명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정치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판사들이 아예 이 점에 문을 닫아버리니 국민과 소통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판사가 보다 솔직한 의견을 시민에게 밝히고 비판과 공감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Q : 김형연 법제처장과 김영식 법무비서관이 사직 후 청와대로 직행해 비판을 받았었다

 

A : 그분들은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간 것이다. 하지만 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지역구에 출마한다. 사법개혁을 주도했던 판사가 국회에서 사법개혁을 하겠다고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경우라 생각한다. 출마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도 아니지 않나.​

 

Q :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폭로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A :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해왔던 일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렇게 볼 것이다. 그런 오해가 무서워 사법개혁을 완수하지 않을 순 없다. 또한 국회의원 출마가 영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선도 보장할 수 없고, 판사직과 대형로펌을 모두 포기하고 가는 것이다.

 

Q : 과거 촛불판사라 불린 박재형 전 판사와 양승태 대법원 의혹을 알린 이탄희 전 판사는 정치권의 영입 제의를 거절했다.

 

A : 나도 정말 오랜 기간 고민했다. 이탄희 전 판사만큼이나 거절을 수차례 했고 한달 동안 도망다녔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사법개혁을 외치는 판사들 중에 정치권에 가려는 분이 없더라. 누군가는 가서 법을 바꿔야 하지 않나. 정말 많은 사람이 만류했다.

 

Q : 판사님은 국제인권법 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시민들은 국제인권법 등 법관 단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의심한다

 

A : 난 우리법연구회 소속은 아니고 국제인권법에서 활동을 했다. 법관은 국제적 인권 기준에 대해 공부하고 재판을 해야한다. 분단국가에 있다보니 인권 공부를 해도 좌파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인권은 진보와 보수 모두가 지켜야하는 규범이다.​

 

Q : 이번 출마가 그런 의심과 오해를 더 키울수 있다

 

A : 사법개혁에 대해 잘 아는 법조인이 국회에 들어가야 사법 개혁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 입법을 통해 법원을 바꿔야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Q : 출마 결심은 누가 하게했나

 

A : 최재성 의원이 집요하게 요청했다. 사법개혁은 해야 하는데 지금 여당과 대법원 사이에 전혀 소통이 되지 않으니 법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법개혁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 와서 사법개혁을 완수해달라고 요청했다. 나 역시도 법원에서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출마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Q : 조국 사태를 거치며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외칠 만큼 정의롭지 않다는 분도 있다.

 

A : 국회의원이 됐을 때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상황에서 그 사법개혁을 어떤 당이 담아낼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Q : 당선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특정한 입장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A : 많은 분이 법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재판하는 법관들이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오해 역시 국회에서 해소하고 싶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섣불리 평가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재판 진행 경과와 판결문을 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