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목사 대담 / 2021.12.12. / 창간 33주년 국민일보 인터뷰]

●신자도 코로나19(고난)를 동일하게 겪음으로써, 기독 신앙은 이런 고난의 회피나 해결이 아니라, 그보다 더 고급한 가치, 의미, 명예, 영광의 삶을, 생명을 누리는 것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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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목사 대담 / 2021.12.12.]

◇예수를 믿는다는 게 뭘까? 내가 이미 죽음을 넘어서 영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정도 고난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하나님이 우리를 보내셔서 안 믿는 사람들과 동일한 고통을 받게 하신다.

◇교회는 답을 가지고 있느냐? 교회도 답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걸 통해 더욱 성숙해지고 깊어질 것이다. 고난과 죽음을 넘어서는 그리스도인의 의연함, 구원과 영생을 말하며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다.

◇믿는 우리는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점, 하나님이 우주와 역사의 주인이시고,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분'(출 34:6)이란 점을 아는 것이다.

◇우리가 신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곡해들이 송두리째 부서지는 것이, 바로 고난이 하는 일이다.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과 성품의 문제이다. 그건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을 하나님이 하신다는 거다.

◇"십자가에 달려 죽는 사람이 '나 신이다' 그러는 게 말이 돼냐?" "거기서 누가 십자가 달려 죽으면서 '나를 믿으라' 그럴 수 있냐?" 이게 굉장한 역설이다.
역설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사망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헛된 것과 거짓된 것, 부끄러움에 갇혀 있는데, 뚜껑이 열리고 부서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일상을 강조하고 싶다. 일상이란 건 내가 만나는 범위, 내가 매일 접하는 범위 안에서의 행위를 말한다. 그쪽부터 돌아봐야 한다. 우선 상대방의 고통과 넋두리를 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제일 필요한 것은 역시 이웃 사랑이다. 고통받는 이들에게 우리의 존재 자체가 소망이 되어야 한다. 이웃을 돌봐야 한다.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언제나 이웃, 자신의 일상 테두리 내에서 돕는게 중요하다.
주일 하루 교회에 오면 책임이 끝나는 것과 같은 신앙생활 말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 직장이든 학교이든, 좀더 공정하고, 관용과 융통성이 있으며, 이웃을 사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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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3주년 국민일보가 준비한 질문은 이겁니다. 국민일보 취재기자들이 믿지 않는 자들에게 계속해서 듣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 기독교인들도 고난을 당하나요?

믿지 않는 이들에게 답해야 한다. ‘그렇게 당신들이 물어보도록 우리가 고난을 당한다’라고.
저들이 그렇게 물어볼 때는, '너희가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지 않냐? 너희가 예수를 믿는다면 이런 데서 면제받아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왜 당하냐? 너희가 믿는 신은 도대체 뭐냐, 어떤 신이냐?’ 이런 질문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
이런 질문은 코로나 이전에 전도할 때는 우리가 듣지 못하던 것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거꾸로 우리에게 물어오는 거다. 저들이 ‘교회들에게는 답이 있어야 되지 않냐?’ 이렇게 물어오는 거다.
그럼 우리는 뭐라고 답하나?
‘우리는 사실 이런 고난을 안 당해도 되는데, 너희들 때문에 이렇게 당하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굳이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이렇게 막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ㅎ

​-기독교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들도 믿지 않는 이들의 질문에 가장 원색적인 답을 하고 싶다. ‘우린 예수 믿어서 안 걸려. 우리는 걸려도 낫는다.’ 이러면 좋은데 하나님이 그렇게는 안하시겠다는 것이다.
●죽음과 고난보다 더 큰 곳, 그것들이 방해할 수 없는 곳, 그리로 우리를 인도하겠다는 거다.
사실 이런 고난이 없으면 질문 자체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고난에 찬 인생을 살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 예수를 믿는 과정을 떠올려 보자. 예수님을 믿는 게 처음에 뭐가 만족돼서 믿는 것이 아니다. 그걸 기억해야 한다. 기도했더니 점수가 잘 나오고, 기도했더니 건강하고, 그래서 예수를 믿는 게 아니다.

예수를 믿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복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나 황홀하고 모든 게 자신만만해 졌는데, 그 다음에 어려운 일이 찾아 온다.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역순으로 올까?’ 이런 질문을 품게 된다.

코로나를 기회로 이제 신자들에게도 설명해야 한다. ‘내가 이미 죽음을 넘어서 있고, 영생을 가지고 있다면, 이게 문제가 되는가?'​
안 믿는 이들이 당하는 고난 속에서 동일한 고난의 수위, 그 현장에 함께 서 있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다. 그러면 우리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정도로는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렇게 답해야 한다.
안 믿는 저들과 동일한 고통을 받는 것. 하나님이 우리를 보내시고 우리를 부르실 때도, 또 그 아들을 보내셔서 이런 방법을 취하신 것이 신앙의 핵심인데, 이제 그걸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믿지 않는 자들이 ‘그게 도대체 뭐야?’ 이럴 거다. 그러면 우리는 또 ‘글쎄 말이야’ 이렇게 답하게 된다. ‘글쎄 말이야. 우리도 불만이야’ 이렇다.

-한정된 지면의 기사로는 잘 풀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나이가 들고 죽음이 눈앞에 오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모든 답들이 허상이구나’를 알게 된다. 건강해 봤자, 성공해 봤자, 더 멋있어 봤자, 죽음에 다 함몰되는 거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만들려고 하는 것, 그게 '영생'이란 단어로 단순하게 나와 있다. 그런데 '영생'은 굉장한 것이다. '생명'이란 건 좋고 풍부하고 아름답고 충만하고 찬란한 것들이다.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가 잠시 사는 동안에 가지게 되는 것들 - 성공 우월함 만족 기쁨 이런 단어들이 죽음에 의해서 다 소멸되는 나이가 되면, ‘아 우리가 세상을 사는 동안 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매여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이런 것들을 후손에게 알려서, '보다 더 일찍, 좀 더 멋진, 신앙 인생을 살게 했었어야 하는구나’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해놔야 한다. 나중에라도 알아듣고 반응할 수 있기에 그렇다. 조금 더 일찍 알아들으면 세상의 그 시험과 유혹, 위협 등을 이기는 멋진 신앙 인생을 살 수 있게 될 거다. 교회도 더 멋있어 질 것이고.

-안 믿는 이들에게, ‘교회도 답이 없다, 하지만 영생을 믿는 우리에겐 이런 고난이 문제되지 않으며, 우리는 이 고난을 통해 더 깊어질 것이다’ 이걸 어떻게 더 알아듣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재난이란 건 믿거나 안 믿거나 공통된 현실이다. 그런데 믿는 이들은 이것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거다.
●이것으로 고통과 손해를 볼 지라도 괜찮은 거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한 약속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안 걸림으로써 우리가 보상을 얻는 게 아니라, 이런 재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보상은 그 가치와 약속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것이 기독교 신앙이다.

​-용기를 주시는 말씀이긴 한데..

​애매하다. 보이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말만 그렇게 하고. 보란 듯 하는 건 없고.
그러니까 이제 옛날 이야기를 하는 거다. 순교 시대가 왜 있었는가. 죽어버리면 끝인데, 기꺼이 죽는다는 걸 한번쯤 생각해 볼만 하지 않나? 죽는 게 장렬하고 지극하다란 가치로 이해되는 현실이다.
‘세상에서 억울하게 죽을 수 있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은 ‘왜 그럴까’하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죽음이 믿는 이들에게는 ‘우리의 신앙의 약속과 운명을 흔들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 거다.
일부러 죽겠다는 건 물론 아니다. 살아 있을 때는 우리가 이 어려움을 당하는 속에서 하나님이 우리 안에 만들려고 하는 것들로 우리가 속한 세상에 섬기고 봉사해야 하는 것, 그걸 책임으로 들어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쟁 난민 중에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있다. 이 여성들이 끔찍한 어려움을 겪어서 어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데, 누가 가서 말하면 입을 열까?. 바로 똑같이 피해당한 여성이다. 동병상련의 여성이 가서 말을 하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한센병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사람이 가면 당연히 거부한다. 겉으론 도움을 받겠지만 속으로는 ‘잘난 척 하네’ 이러는데, 같이 한센병 걸려 들어가 있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는 거다.
성육신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하나님이 하늘에서 다 하면 되는데, 왜 굳이 인간의 몸으로 찾아와서 사람들 손에 죽어야 하는가? 우리의 모든 분노와 한계를 다 끌어안으시는 이런 방식, 이건 굉장한 거다.
●신자들의 삶은 그런 방식이어야 한다. 기독교 신앙의 법칙이다.

-(정지영 IVP 기획주간) 기독교인들에게 ‘세상을 향한 증인’이란 것이 멋져 보이는데, 멋진 게 아니고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는 방식으로 증언하는 것이란 말씀입니다..

​세상에 대해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여러분은 코로나로 인한 죽음이 그것 자체로 비극이고 그것 자체로 피하고 싶은 것이라면,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게 궁극적 목적이나 가치가 아니다. 우린 다른 게 있다.
★험한 세상 속에 우리가 있는 이유는, 이 과정이 하나님이 우리를 완성시키는 여정이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가 쓸모 있고, 이 일을 함으로써 우리가 더 성숙하는 것이, 하나님 구원의 과정의 방법론이다. 그래서 우리를 면제시켜 주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거다.
이따금 기적이 나타날 수 있다. 그건 힘내라는 뜻이다. 이정표 정도이다. ‘그래 잘 가고 있다’는 격려이다. 이것도 꽤 긴 이야기이긴 하다. 그래서 안 믿는 이들에게 ‘이게 대체 뭔가’ 그 정도 반응만 나와도 성공이란 거다.
기대했던 답이 아닌 걸 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 ★‘쟤네들은 상관 없댄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이런 반응이 당연한 것이다.

-1세기 초대교회가 떠오릅니다. 로마제국의 권력 앞에서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지 않으면 곧바로 사자 밥으로 던져졌던 성도들, 극심한 두려움 속에서도 구원의 약속을 믿은 성도들 말입니다..

​후대에 와서 장렬한 것 혹은 영웅적인 것으로 되었지만, 사실 그게 아니다. 그때는 그게 망하는 거였다. ‘저것들이 미쳤나’ 이런 반응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취급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죽은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도망가고 숨은 사람들에 의해서 기독교가 연결이 되는 거다. 순교를 피한 것에 부끄러워 하면서 후회하면서 그들이 기독교를 연결해 나간다. 어느 게 잘하는 짓인지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건 뭐 하나 틀린다고 망하는 게 아니란 거다.
넷플릭스 속 ‘오징어 게임’이 아니다. ★계속된 실패와 후회 속에서 우리가 자라나고 있다고 우린 믿는다.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의 약속이 그러하다.

사도행전에서 스데반이 죽는 장면을 보자. 하늘이 열리고 예수님이 보좌 우편에 서신 것이 나온다.
예수님이 얼마나 귀하게 그 장면을 보시면 일어서신 것이겠느냐, 이렇게 해석해 왔는데, 제 생각은 다르다. 스데반이 성질 부릴까봐 일어서신 것이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 대사가 아니라, 자기의 말을 할까봐 일어서신 것 아닐까?
사도 바울도 스데반 순교에서 하나도 감동하지 않는다. 죽는 걸로 감동하지 않고 당연히 여기고 다메섹으로 가다가 사도 바울은 원펀치로 케이오 당한다. 순교를 감동스럽게 말하지 않는다.
그것 보다는 말이 안 된다고 여기던 것에서 하루 아침에 뒤집어 지는 것이다. ★세계관과 운명, 이런 관점이 다 뒤집어진다.
결국 예수가 메시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거다. 예수를 믿는 자들을 잡아넣을 권세를 받으러 가던 사울에서 바울로 뒤집어지고 거듭나는 거다.

★예수를 믿는다는 건, 믿는 사람들 자신이 당황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날 만나주시는 기적이 있고 사건이 있고 살아난 영혼이 있는데, 이게 뭐야? 이 고난이 뭐야?’ 이런 질문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교회가 아직 못 풀고 있다. 천국 가는 이야기, 죽은 다음의 이야기, 그렇지 않으면 성경공부 이야기, 제자 훈련 등등만 말한다. 큰 분별과 큰 안목이 주어지지 않으니 구체적으로 할 게 없다.
창세기 요셉을 그렇게 풀었다. 우리 인생의 수난에 관해 한국교회는 요셉을 비전의 인물로 여겼다. 요셉이 꿈을 꾼 것 때문에 비전의 인물로 풀었지만, 그의 인생은 그렇지 않다. 전부 수동태 인생이다. 누군가 시켜서 진행된 인생이다. 형들이 팔아먹으며 고난이 시작된다.
시 105:17~25을 보면 전부 수동태 인생이다. 나중에 요셉이 자식을 낳았을 때 ‘이제는 살만하다’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요셉은 ‘하나님이 영광을 주셨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 이런 수동태 인생의 뜻을 언제 알게 되냐면, 형들이 자신에게 곡식을 사러 왔을 때, 바로 그때 ‘앗’ 하고 놀래는 거다. ‘그 꿈이 이거구나. 내 인생은 우연이나 아무렇게나 굴러간 게 아니구나. 어떤 작전과 의지 속에 여기까지 온거구나’ 그때 알게 된 거다. 그래서 형들을 용서하게 된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창 50:20). ‘형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셨습니다’란 고백이다.

★우리가 다 알아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믿는 우리는 이것만 아는 것이다; 세계관과 운명을 아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인이시다. 하나님이 우주와 역사의 주인이시다. 인생의 주인이시다.’
'그는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출 34:6)
내 인생은 오늘 내게 도전해오는 하루를 살 수밖에 없다. 해가 뜨면 일어나야 한다. 내가 일어나니까 해가 뜨는 게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 직장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등등.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 속에서 하나님이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를 묶어둔 이 일상이 일을 하는 거다.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하나씩 배우고, 문득 배우는 거다. 어떤 이를 만나서는 지혜를 배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반면교사가 더 많다. ‘아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한다.
어느 날은 ‘이게 뭐야?’란 넋두리와 한숨이 나온다. 그래야 큰 나무의 나이테같이 성장한다. 나이테는 검은 부분이다. 달달한 부분이 아닌 검은 부분, 고난이 우리를 키우는 것이다.

-목사님은 최신작 ‘고난이 하는 일’(IVP) 책에서 이렇게 진단합니다. ‘한국교회는 그리 깊지 않다. 순교의 시대, 부흥의 시대를 거쳐 지금은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요..

순교의 시대, 부흥의 시대를 거치며 하나님이 한국교회에게 '자라나는 시간'을 주신 것이다. 가장 기본인 것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다. 그게 목숨보다 크다는 것이고 그게 순교의 시대였다.
부흥의 시대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한국교회가 부흥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님도 수차례 고백했다. 부흥이란 걸 모르고 기도하셨다고. 자기가 현실적으로 고달파서 기도하셨는데, 하나님이 주시기는 더 큰 걸 주신 거다. 부흥의 시대의 증언이다.
부흥을 거치며 우리가 요구하면 무조건 되는 걸로 알기 시작했다. 찬양도 더 감동적으로 하고, 설교의 톤도 높아지고, 헌금도 더 내야하고. 그게 전부 잘 나가는 주식을 사는 것처럼 인과관계가 되어버렸다. 당연한 과정이지만 아쉽다. 잘했다 잘못했다가 아니라 아쉬움이 있던 거다.
그러다가 이제 코로나를 만났다. 굉장한 일은 코로나로 인해 선진국 후진국 구분이 없어졌다. 군사력, 경제력이 있으면 선진국이었는데 그 둘로 코로나 감당이 안됐다. 코로나로 세상이 재편될 것을 모두가 예측한다. 모두가 자기 나라를 위해서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기독교인이 드러나야 한다. 타인을 위해서 시대를 책임지는 것을 더 깨우쳐야 한다.
부흥의 시대를 거치며 교회를 좀 더 키우고 더 많은 봉사활동 하고, 이게 내면화됐다.
★하지만 이제 정체성에 있어서 좀 더 풍성한 것이 있어야 한다. 교인들 스스로 예수를 믿는 것에 관한 실력이 생겨야 한다는 얘기이다. 주일 하루만 교회에 나오고 6일은 사회에 있다. '자기가 속한 이웃 앞에서 ‘저 사람은 다르다. [생명]이 사망과 다르고, [아름다운 거]가 더러운 것과 다르듯이 저 사람은 빛을 발한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 그 책임을, 그 문제를 도전받고 있다고 본다.

-순교의 시대, 부흥의 시대를 거쳐 이제 깊이의 시대로 부르면 될까요?

​잘 모르겠다.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 그 앞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출애굽은 뜻밖이었고, 광야에서도 실패할 줄 몰랐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 그렇게 막 살 줄 몰랐고, 열왕기도 앞에 경험이 있었지만, 사사기 250~400년 시간이 있었지만,
그렇게 긴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하고도 나아지지 않았다. 엉망진창인 열왕기 뒤에는 그 다음이 멸망이다.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 성전이 깨지고 왕족들이 전부 포로가 되고 굉장하다.
★하나님 일하심의 크기가 우리가 구하는 [소원과 보상이 아니라 훨씬 다른 걸 하고 있다]는 거다. 그걸 알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예수님이 등장한다. 굉장하다.
‘나는 길이고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내게 구하면 뭐든지 주겠다 하신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어서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요일 4:16) 이렇다.
​결국 이런 위협과 도전 속에서 제일 겁나는 게 죽음이다. 죽음과 고통의 시대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모두의 소원이다. ‘코로나만 없어지면 좋겠다’ 이러는데, 묻고 싶다. ‘그럼 그렇게 편안하게 있다가 죽으면, 과연 네 인생은 뭐냐?’ ‘너라는 존재의 정체성, 인생의 의미, 가치는 뭐냐?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편안하게 살다가 죽을 거면, 그냥 주사 맞고 죽는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죽음 앞에선 신앙인의 모습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를 젊은 친구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저도 살아보니 그렇더라는 거다. 젊은이들에게 그냥 해주는 말이고. 그들은 절대 알아듣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들어 놓는 것하고 전혀 듣지 못한 것과는 차이기 크다. 혼란기가 오고,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날이 올거다. 그때 들어 놓은 게 있으면 훨씬 낫다. 이런 이야기가 더 없는 게 안타깝다. 한국교회에 별로 없었는데,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지금 현실에서 교회가 답을 할 수 없다면 어디가 문제인가? 왜 답을 할 수 없나?’
우리가 원래 이야기하는 기쁨과 구원과 영생의 이야기가 현실에는 적응되지 않고, 죽은 다음의 이야기라고 스스로 축소하면 그건 무책임한 것이다.

-교회가 죽음을 더 본격적으로 성찰하자는 말씀입니까?

죽음을 성찰하는 게 다른 게 아니다. 병에 걸려서 죽는 것하고 더 오래 살아서 그럭저럭 살다가 죽는 것과의 차이가 뭔지 묻는 거다. 그 차이는 결국 시간 관계밖에 없는 것을 발견하는 거다.
그러니까 산다는 게 뭔지, 사는 게 짧다면 어차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를 받아들여 실존주의가 나왔다. ‘살아있는 동안 내 맘대로 하겠다’였는데, 그거 가지고는 답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된다면, 살아있는 것의 가치, 영생으로 이어진다는 기독교 신앙의 가치]에 대해서 한번 발을 담궈 봐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다.

-한번 발을 담궈 봐라, 여기까진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해온 것인데, 그게 한계에 부닥쳤다는 말씀입니까?

우리는 거칠게 붙잡으려만 했던 거다. 상대방을 항복시키려만 했다. 쫓아가서 잡아채고 말하려고 하니 도망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젠 '예수 믿는 건 멋있구나, 다르구나!'를 보여주어야 한다. 살면 살수록 직면하는 현실의 공포, 그런 공포와 두려움을 저 사람들은 왜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런 답을 우린 세상에 내보여야 했었다.
교회에는 늘 신생이 있고 출생이 있다. 짧은 한국 교회사에서 보면, 부흥기를 거쳐 한국 교회에 많은 신자들이 출산된 것이다. 신생이고 출생이다. 이젠 그들을 가르칠 때다. 그 답을 가르치지 않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 전도해오라 그러면 안된다.
내가 너를 인도했듯 너도 나가서 누군가를 인도해오라, 이게 과거엔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잡아 왔으면 이제 가르쳐야지 않겠는가?
가르친다는 게 [인류의 역사와 가치와 의미 등] 인문학을 망라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이 뭐냐'고 질문하는 학문이다. 그건 답이 없다. 인문학자들 스스로 인정한다. 역사 철학 문학에 답이 없고, 해피엔딩도 없다는 것을.
통속 소설이나 해피엔딩이지, 진지한 예술에선 인생은 비극이고 답은 모르겠다고 결론낸다. 그게 진정한 자기고백이다.
따라서 답은 우리만 낸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기독교는 부활(영원한 생명, 가치, 의미, 영광)이 있다.
‘그게 말이 되냐’고 믿지 않는 이들이 물어오면, ‘그러니까. 네 맘대로해. 안 믿어도 좋아.’ 이렇게 배짱을 부려야할 필요도 있다. 우리가 제발 믿어 달라고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남포교회는 위드 코로나 초기 예배에 50% 성도들 참석이 가능함에도 스스로 30% 좌석으로 제한했습니다. 총동원 주일 등을 진행한 다른 교회와 달랐습니다..

모이기에 힘쓴 것, 이렇게 생각해 보자. 신앙이란 식당에서 별 메뉴가 없었다. 모이는 거 말고는 교회가 신앙을 표출할 방법이 별로 없어서, 그래서 모이는 거를 더 집착한게 아닌가 한다.
라면이 맛있는 이유는, 가끔 먹기 때문이다. 하루 세끼 라면만 먹으면 결코 맛있을 리가 없다. 그걸 안 먹으면 굶는 지경까지 왔다면,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한국교회가 더 나은 메뉴를 내야 한다. 코로나가 기회이지 싶다. 영양가도 있고, 그런 영양이 가치있는 일을 하는 활동과 연결되는 삶을 살도록 교회가 메뉴를 내놓아야 한다.

-남포교회는 매달 성도들에게 기독교 양서를 추천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우리는 조금 길게 가자는 거다. 한 번에 뒤집으려고 하진 않는다. 그렇게 뒤집히는 건 우리 교회의 책임이 아니라고 본다
한국교회 부흥을 이뤘던 큰 교회들 업적은 존중받아야 한다. 새신자들을 많이 양산했다. 부모가 돼서 애를 많이 낳아준 것이다.
우리 교회는 선생님이 되자는 거다. 부모와 선생 중에 누가 더 낫냐, 이런 건 못난 질문이다. 절대로 부모를 배신할 수 없고 선생도 배신할 수 없다. 본래는 한 교회 안에서 부모와 선생 역할이 다 이뤄져야 한다.
다만 우리교회는 출생 이후에 찾아오는 성도들이 많은 교회로 성격이 굳어진 측면이 있다.

-교회에서 추천하는 책 리스트를 보면 특정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롭습니다..

신문에서 추천하는 것도 참고하고 책을 많이 보시는 목사님과 함께 추천 목록을 선정한다.
저는 잡학이다. 제 인생 속에서 여러 질문에 몸부림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성도들이 부닥치는 현실]을 같이 걸어온 거다. 할 말이 있다면 그 부분이고. 보다 전문적인 부분에선 할 말이 없다.

-잡학은 무슨 의미입니까?

책을 일관성있게 읽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30년간 합신대학원대에서 교수직을 역임하셨는데요..

제가 강의한 분야는 설교학이다. 특별한 책을 읽은 게 아니다. 설교학은 모범이 되고 표준이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설교를 접하는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영국의 의사출신 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의 설교가 제일 영향을 주었다. 시작을 그렇게 했다. 다른 책들은 제가 답답해서 찾아서 읽던 것들이다.
영국 옥스퍼드의 신학자 알래스터 맥그래스도 저랑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서구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신자인데, 맥그래스도 가난 등 여러 문제를 고민하다 잠시 교회를 떠난다. 신앙을 멈출 수 없으니 여기저기 입맛에 맞게 찾아 다니다 결국은 복음주의로 다시 돌아온다. 복음주의로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여기가 생명이 제일 확실하게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다른 데서는 다른 걸 많이 넣어서 자꾸 희석된다고 하고. 그래서 무식하지만 근본적 복음주의 돌아오게 된다고 하는데, 맥그래스는 그 바람에 전문인이 될 기회를 놓쳤다. 대학 때부터 뭘 하나 붙잡고 계속 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전문인은 되지 못했다. 대신 안목은 좀 생겼다. 그것도 굉장하긴 하다. 자기 이야기는 잘 하지 않고, 잘 아는 이들 것을 모아서 ‘신학이란 무엇인가’(복있는사람)와 같은 책을 낸다.

저도 그런 식이었다. 뚜렷한 길을 걸은 것은 아니고 현실에서 훈련을 받은 셈이다 . 믿는 집에서 태어나 교회에서 일찍부터 교육을 받았는데, 많은 불만이 있었다. 그 불만에 내가 답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매우 거칠고 원색적인 표현들을 많이 해서 젊은 날을 생각하면 부끄러워 진다. 분별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오게 되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믿는 사람들은 어떤 소망 가져야 합니까?

성경의 가르침이다. 바벨론 포로기에 들어가기 전 유다가 망할 때 예례미아 선지자가 예언한다.
‘너희들이 잘못해서 바벨론에 포로가 돼야 하고, 나라가 망해서 바벨론에 먹힐 텐데 순순히 잡혀가라. 하나님이 너희들 벌주기로 한 것이니 70년간 순순히 있으라.’ 그러니 사람들이 펄쩍 뛴다.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가 이방신을 믿는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망신을 당하고 잡혀 가는 것이 말이나 돼냐?’
그런데 예례미야는 다른 선지자처럼 괄세 받는 정도를 넘어선다. 매질을 당하고 매국노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이스라엘 민족이 잡혀가서 70년 있는 동안 무슨 일 일어나는지 보자. 바벨론 제국이 전 세계서 제일 큰 나라니까, 각국에서 정치 외교 경제 등등 그들이 섬기는 우상이 제일 큰 신전에 있고 대접을 받는다. 우상이란 게 의례와 의식 갖추고 있지만 나머지는 권력인 거다. 그런데 거기서 이스라엘 백성이 뚜렷이 달라 보이는 거다. 잡혀와 있는 동안에도 율법을 성실히 지키며 그 때문에 세상이 유대인을 다시 보게 된다.

-다른 여러 민족 가운데 주목받는 계기가 됐군요?

선교를 말하는데, 잡혀가서 세계에 선교를 하게 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이스라엘 민족은 여호와의 율법이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알게 된다. 세계의 제국에 모인 우상 신들을 보면서 스스로의 거룩함을 배우고 돌아오게 된다.

★인생을 걸으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인생 가운데 출애굽이 있고, 광야 생활도 있고, 사사기도 있고, 열왕기도 있고, 바벨론 유수기도 있고 그러고 난 다음에 예수 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시작은 예수를 만나며 출발하는데, 역순으로 출애굽 같은 구약의 역사를 거꾸로 배우고, 기적도 광야생활도 거꾸로 배우게 된다. 믿음의 감격은 있는데 신앙생활을 제대로 못하기도 한다.
광야 생활에서 제일 놀라운 표현이 뭐냐면, 애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애굽이 광야보다 낫다는 것. 예수 믿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괜히 일찍 예수 믿었다’라고 한다. 예수를 일찍 믿어서 이쪽서도 괄세 받고 저쪽서도 괄세 받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와 비슷한 한탄이 광야 생활에서 계속해 나온다. 가나안에 들어가서도 계속 못난 짓을 한다.

★예수를 잘 믿는다고 해서 바로 훌륭해지지 않는다. 예수 잘 믿게 되면 그때부터 [씨름]이 시작된다. 하나님과 씨름이다. 하나님께도 시달림 받고 세상에서도 시달림 받는 생활이다.
주일날 교회에 나오면 목사님이 들었다 놨다 한다. 또 이중과세를 해야 한다. 헌금도 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하고. 그 속에서 닦달을 받는다. 맘에 안 들어서 주일날 도망을 가면 벌을 받을 거 같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길을 가다가 고꾸라질 것 같고. 세상은 세상대로 못살게 구는데 그 안에선 답이 없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바로 답을 주시냐면 아무 대답도 없다.
★그렇게 기름을 쥐어짜듯 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은 정제된다. 그게 구약이다.​
우리는 잘 구약을 읽을 줄 모르는 거다. [시간과 정황 속에서] 하나님이 우리와 씨름하신다. 우리에게 [도전]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울부짖게] 만들고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그게 성경이다.

이 비명이 잔뜩 기록된 게 시편이다. 세계적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말한다. 시편의 가치는 성경 중에 유일하게 인간의 말을 담은 것이라고. 시편만은 인간의 이야기이며, 찬송만이 아닌 아우성이 있다고 한다.
■‘하나님 이게 뭡니까?’ 하는 이런 경우를 겪지 않으면, 인간은 성숙하지 않는다. 시험과 위협이 없으면, 절망을 겪어보지 않으면 인간은 결코 고급한 경지에 나아갈 수 없다.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으면 인생을 논할 수 없다.' 다 아는 말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은 유머가 없다’고도 한다. 유머는 '넘어가는 말'로 정의된다. '견디는 방법'이란 뜻이다.
울부짖고 통곡해서 넘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웃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엔 이런 유머가 더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재미는 상대가 망가지는 것으로 통용된다.
'시련을 견디고 웃어 넘긴다'는 문화가 부족하다.
●유머로 웃는다는 건 결국 실수한 자를 받아들이고 허락한다는 의미다.
그런 과정을 거치라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또 온 세상에게 코로나로 말씀하는 거다.
거듭 말하지만 독자들이 이 기사를 읽고 알아들으면 기사를 잘 못 쓰신 거다. ‘어 이거 뭐지’ 이 정도로 충분하다.

-고난을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란 말씀입니까?

거기서 (고난 속에서) 하나님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 성탄절이 다가오는데 신이 인간의 뱃속에 들어가 태어났다는 건 환장할 이야기다. 무한이 유한 속에 들어와서 여자의 몸에서 나왔다. ‘짠’하고 나타나지 않고, 아기로 태어난다. 태어난 날 천사들이 양치던 목자들에게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로다’라고 말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에 대해 현실의 도전이 계속해서 오게 된다. 우리가 신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어떤 곡해들이 부서지는 거다.
순 말이 안 되는 걸 부딪혀 보니 '내가 허당이구나' 하고 깨닫는다. 하나님과의 씨름이다.
'내 인생이 카페트가 깔린 줄 알았는데 안되는 이유가 무언가? 성경 어디에 그런 약속이 있던가? 왜 내게 적용이 안되는가?' 그렇게 다시 찾아보는 과정이다. 고난이 하는 일이다.

​-2년 넘게 코로나를 겪고있습니다. 위로가 될 만한 짧은 성경구절이 있을까요?

​히브리서 12장 8절, ‘징계는 다 받는 것이거늘 너희에게 없으면 사생자요 친아들이 아니니라’이다.​
자기 자식이 있다면 기르지 않는 부모가 있겠는가? 기른다는 것은 먹여서 살찌우는 게 다가 아니다.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과 성품의 문제이다. 그건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을 하나님이 하신다는 거다.
‘나는 하나님의 자녀다’ 이러면서 삶에서 훌륭한 점이 없고 아무렇게나 하는 것으로는 현실에서 대접 받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다. 하나님이 자신의 이름을 우리에게 주실 때는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겠는가? 스스로 훈련이 필요하다.

‘기독교 철학자들의 고백’(살림)이란 책이 있다. 영어 원제는 ‘Philosophers Who Believe’다. 하나님을 믿는 철학자 10인의 고백이 담겨 있다.
왜 예수를 믿었는가 물으니, "십자가에 달려 죽는 사람이 '나 신이다' 그러는 게 말이 돼냐. 거기서 누가 십자가 달려 죽으면서 나를 믿으라 그럴 수 있냐고 해서 뒤집어 졌다"고 답한다.
또 한 사람은 ‘어떤 신이 자기를 숭배하는 자가 자기에게 소원을 빌어야지,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서 간구하냐(로 8:26)라며 도움을 청하느냐’면서 넘어왔다고 말한다.

●이게 굉장한 역설이다. 역설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사망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헛된 것과 거짓된 것, 부끄러움에 갇혀 있는데, 뚜껑이 열리고 부서지는 것이 필요하다.
거짓말의 반대는 정직이라고 한다. 정직을, 단순히 거짓말을 안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 거다.
정직은 원래 '좋은 말을 하는 것'이고, '칭찬하고 반가워하고 기뻐하고 편드는 말을 하는 것'이다 .
그런데 세상에서는 거짓말 밖에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 정직이란 개념으로 축소시킨 거다.
기독교는 여기서 제로섬이 아니라 포지티브섬으로 더 갈 수 있다로 말하는 것이다. 세상에선 긍정적인 쪽으로 가려고 해도, 문이 없다. 문을 열어도 세상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합니다. 구원을 받으십시오.' 이게 기독교가 하는 이야기다.
앞서 말한 스데반은 죽는 자리에서 ‘예수님,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말한다. 사도 바울도' 왕이시어 내 손발이 묶인거 빼놓고는 다 나와 같기를 원합니다' 라고 하지, 저주하거나 협박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그렇게 일하시는 거다. 요셉은 가만히 있었으면 양을 치고 말았을 인생이다. 애굽에 들어갈 일이 없었다. 사도 바울도 그렇게 로마에 들어가려고 노력해도 안됐는데, 결국 억울하게 죄목 아닌 걸 뒤집어 쓰고 들어가게 된다.
우리는 하나님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역사의 주인이시라는 걸 인정하는 거다.
한국 교회의 신앙관은 개인의 간증에서 출발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실존적 신앙관만 있고 역사적 신앙관은 부족하다.
우리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하나님이 있었고, 하나님이 일하시는 중간에 우리가 태어났다는 걸 모른다.
●역사라는 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역사와 무신론 역사를 나누는 건 잘못이다. 인간의 도전, 더불어 살게 된 지구촌, 이런 현상에 하나님의 크신 섭리와 일하심이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는 반대편에서 의도와 다르게 역할을 한다. 예수가 서 있고, 세상 권력이 사형 선고를 내리고 처형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일 속에 직접적으로 하나님의 도전을 받는 자와, 뜻을 모르는 자와, 설명을 하는 자, 등등 각각의 배역을 만들어서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 바로 역사이다.
그런 도전은 전 세계 어디에나 다 있다. 방역 문제에 있어, 당연히 교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제에 있어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앙이란 건 정치 경제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드러나야 할 최소한의 정의, 최소한의 선, 그런 것에 대해 반응하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상살이는 모르고, 정치 경제도 모르고 우리는 신앙 생활만 하겠다는 건 잘못이다. '우리는 기독교인이고, 너희는 아니니까 죽으면 지옥간다.' 이렇게 나누는 것은 하나님이 일하시는 무대를 스스로 절반으로 잘라버리는 행위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지켜보자. 어떻게 되는지 답은 후에 내릴 수 있다.

-( 정 주간) 고난은 모든 이에게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다. 가난한 이들이 더 고통받는 현실이다. 초대교회도 과부와 고아부터 돌보았다. 국가 차원이 아니고 교회 차원에서 할 일이 있을까요?

​사회는 군주국에서 민주화를 거쳐 공화정이 되면서 국가가 복지의 많은 부분을 가져 갔다.
과거 교회들이 하던 일 중에 정부가 가져간 것이 많다. 그럼에도 정부가 놓치는 부분, 소외된 부분을 찾아 지금도 교회가 돕는 일이 빈번하다.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돌아보고 고통받는 자들을 돌보는 건 당연히 필요하다.
●저는 특히 일상을 강조하고 싶다. 일상이란 건 내가 만나는 범위, 내가 매일 접하는 범위 안에서의 행위를 말한다. 그쪽부터 돌아봐야 한다. [우선 상대방의 고통과 넋두리를 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우리는 때로 너무 조급한 답을 내리려 한다. ‘예수 믿으면 다 해결돼’ 이런 식이다. 그런데 그게 또 한때는 통했다.
이제는 다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그 이상 해줄 말이 없다는 것도 아는 듯 하다.
●제일 필요한 것은 역시 이웃 사랑이다. 이웃은 내 일상의 테두리 내에 있으며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이다. 거기서 우리는 ‘신자라서 다르구나’란 역할을 해야 한다. 과부와 고아라는 건 고통받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고통받는 이들에게 우리의 존재 자체가 소망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를 어떻게 견디냐?’고 물어오면, ‘예수 믿는 사람들에겐 사실 근본적 문제는 아니야’라고 답하며 [이웃을 돌봐야 한다].
자꾸 유교의 윤리처럼 오해하는데, 능력이 있어서 하는게 아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돕는 거다.
언제나 이웃, 자신의 일상 테두리 내에서 하는게 중요하다. 그 이상은 특별한 소명으로 하게 되는 거다.
주일 하루 교회에 오면 책임이 끝나는 것과 같은 신앙생활 말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 직장이든 학교이든, [좀더 공정하고, 관용과 융통성이 있으며, 이웃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다.

-잡학으로 공부하셨다는 말씀은 지나친 겸손이시고, 오히려 폭넓은 유연함을 반증하는 듯합니다. 이쪽 저쪽 다 보시니까요..

눈이 작아서 그렇다. ㅎㅎ. 저는 설교자다. 재료를 사다가 맛나게 요리해서 식구들에게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음식을 내가 만든 거지만, 내가 생산한 건 아니다. 재료들은 전부 어디서 얻어오는 거다.
그래서 전문성이 있는 분들의 책을 읽으면 좋은 거다. 전문성이 있는 그분들은 일품요리, 우리는 그걸 응용한 분식집이다.
목사님들께서 공부를 많이 하시면 균형이 아니고 편중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걸 벗어나려면 나와 다르더라도 꾸준히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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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기독출판사 IVP의 정지영 기획주간 동석​